맛집 추천
계란으로 음식 맛의 포인트를 잡다 - 천동 진순자 김밥 & 충무로 사랑방칼국수
계란이 요리의 주재료가 되는 음식은 계란찜, 계란샐러드, 계란후라이 등 한손에 꼽힐 정도로 많지가 않다. 그러나 계란만큼 모든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재료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계란은 많은 요리에 부재료로 함께 사용되며 음식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곤 한다. 계란으로 음식 맛의 포인트를 잡은 계란 맛집 2곳을 소개해본다.
계란김밥의 원조(?) ‘봉천동 진순자 김밥’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봉천역의 정확히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는 ‘봉천동 진순자 김밥’은 많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계란김밥의 지존’, ‘계란김밥의 원조’, ‘계란김밥의 성지’ 등으로 불리고 있는 계란김밥 전문점이다. 진순자 김밥에서는 일명 도시락이라 불리는 계란말이김밥과 오뎅, 우동 등 딱 3종류만 판매한다. 이곳 김밥을 도시락이라 부르는 이유는 워낙 포장을 해 가는 사람들이 많고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아주기 때문.
진순자 계란김밥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단순함’이다. 일반 김밥 절반정도 크기의 김 위에 밥을 얹고 시금치, 단무지, 소시지의 단출한 재료만을 넣은 후 2개 분량의 계란 옷을 입혀 돌돌 말아주면 완성되는 계란김밥. 크기나 재료 등에서 보통 김밥의 1/2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은 광장시장의 ‘마약김밥’과 더불어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맛으로 유명하다. 일단 진순자 김밥의 인기비결은 뭐니뭐니해도 계란에서 찾을 수 있다.
마치 서양의 오믈렛을 연상시키는 폭신한 계란 옷을 입힌 계란김밥은 입안에서 퍼지는 부드러움에서부터 많은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달콤 짭조름한 김밥에 고소하면서 영양가 높은 계란이 더해지니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진순자 계란김밥 인기의 또 다른 주역은 바로 무장아찌. 잘게 자른 무를 적당히 말린 후 고추장 등 각종 양념을 더해 만든 무장아찌는 매콤, 달콤하면서도 장아찌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잘 배어 있어 자칫 심심한 맛을 낼 수 있는 계란김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기름을 두른 계란 때문에 김밥을 먹을수록 느끼해 질 수 있는데 이 무장아찌가 느끼함을 싹 잡아준다. 달랑 3개의 메뉴만이 있는 이곳에서 김밥 한 가지만 맛보고 가기는 너무나 아쉬울 터. 김밥을 주문하면 기본 적으로 국물이 따라 나오지만 오뎅과 우동도 이곳의 별미인 만큼 주문해서 드셔보시길.
봉천동 진순자 계란김밥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 맛이나 모양이 그동안 먹어본 김밥에 비해 단순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격 대비 비싸다는 생각을 갖기도 하지만, 한번 먹고 돌아서면 일주일 안에 그 맛이 생각나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계란이 칼국수 안으로 풍덩 ‘충무로 사랑방 칼국수’
지난 1968년에 문을 열어 44년 이상 충무로를 지켜온 ‘사랑방칼국수’는 이름 그대로 칼국수전문점이다.
사랑방칼국수에 들어서면 40년 이상을 운영해 온 곳답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많이 있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낡은 나무의자와 테이블하며 칼국수를 내오는 양은냄비와 친절한 사장님까지…. 그래서인지 사랑방이라는 이름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또 유명한 맛집답게 양쪽 벽면은 그 동안 방송에 소개된 모습을 담은 액자로 가득했고 만화가 허영만 작가의 원작영화 ‘식객’의 촬영장소로 협찬했다는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당연히 칼국수. 헌데 그 이름이 독특하다. 이름 앞에 ‘요것이 맛좋은’을 붙인 것과 ‘계란넣은’ 을 붙인 칼국수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요것이 맛좋은 칼국수’는 멸치를 24시간 고아 육수를 내기 때문에 국물맛이 구수하고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김, 쑥갓, 유부, 파, 고춧가루, 깨소금 등 듬뿍 들어간 양념과 고명 야채가 매일 직접 뽑아낸 쫄깃한 면발과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을 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 낡은 사랑방칼국수집에는 젊은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방칼국수의 ‘계란넣은 칼국수’도 눈에 띈다. 계란을 풀어 넣어주는 다른 칼국수집들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계란을 풀지 않은 채 그대로 칼국수 속으로 풍덩 집어넣는다. 음식은 먼저 눈으로 먹는 것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보기에도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말과도 통한다. 계란을 풀지 않고 통째로 넣으니 흰자와 노른자의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고 각각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지금처럼 단백질 섭취가 충분치 않았던 시절에는 계란이 칼국수의 부족한 단백질 성분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칼국수에 계란을 넣어줬다고 한다.
칼국수 맛집에서 김치가 맛이 없다면 그건 진정한 맛집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랑방칼국수가 진정한 칼국수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매일 담그는 김치 맛에 있다. 김치를 보는 순간 붉은 색이 진해 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마치 보쌈김치를 먹는 것처럼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마늘향이 느껴졌다. 여기에 매일 담가서 인지 김치의 싱싱함이 남달랐다. 사랑방칼국수의 또 다른 별미는 백숙백반. 삶은 토종닭 반 마리와 밥, 여기에 닭 국물까지 함께 곁들여 먹는 백숙백반은 삼계탕이 부담스러운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부드럽게 삶아진 닭고기를 초고추장 비슷한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약간 매콤한 닭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가업을 잇기 위해 자식들이 대를 잇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랑방칼국수도 지금처럼 100년, 아니 200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