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람들이 우리의 만둣국이나 칼국수처럼 가장 즐겨먹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완탕면이다. 특히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청키면가
(忠記麵家)’는 60여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4대에 걸쳐 완탕면의 맛과 전통을 지켜내고 있다. 올해 세계 최고 권위의 미식 가이드인 ‘미슐랭가이드’에 오르기도 했다. 이 홍콩 정통 완탕면을 맛보기 위해 이태원에 위치한 한국 분점 ‘청키면가’를 찾았다.

완탕면 맛의 비결, 계란에 있다!

완탕은 구름 운(雲), 삼킬 탄(呑)을 사용하는 운탄(雲呑)의 광동식 발음으로 ‘구름을 삼키는 듯 부드럽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완탕은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것으로 하늘하늘 부드러운 얇은 피에 새우를 잘게 다진 소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부산에서 유명한 먹을 거리 중 하나인 완당도 바로 완탕이 원조다.

청키면가의 대표메뉴인 완탕면은 완탕과 계란으로 반죽한 에그누들을 넣고 여기에 건어물과 돼지고기, 돼지뼈로 끓인 육수를 부어 내어 먹는 요리이다. 완탕면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에그누들을 사용한다는 점. 사실 에그누들은 홍콩에서는 특산품으로 지정될 만큼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것이 사실. 여타 밀가루 반죽을 한 국수와는 다르게 꼬들꼬들한 독특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태원 청키면가에서는 에그누들을 홍콩 현지에서 항공기를 통해 직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그대로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또한 에그누들은 계란을 이용하여 반죽했기 때문에 다른 국수에 비해 칼로리에 대한 걱정이 덜하고 영양면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에그누들을 빼놓고는 완탕면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맛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에그누들, 새우완탕, 육수 이 3개가 조화를 이루는 완탕면을 맛있게 즐기려면, 먼저 육수의 맛을 본 후 각자의 기호에 따라 후추나 적식초를 넣어 먹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그누들 특유의 향이 국물에 스며들어 더욱 깊은 풍미를 맛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리고 국물이 절반 정도 남으면 고추와 향신료를 기름에 볶은 라조장을 넣어 얼큰한 완탕면을 맛 볼 수 있다.  

청키면가의 또 다른 대표메뉴 ‘로미엔’

에그누들의 꼬들꼬들 독특한 식감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완탕면 대신 청키면가의 또 다른 대표메뉴 ‘로미엔’을 추천해본다. 로미엔은 한국말로 직역하기가 어려워 직접 메뉴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쉽게 말해 ‘휘저어 먹는 국수’라는 뜻으로 홍콩에서는 일반적으로 국물이 없는 것을 보통 로미엔이라고 한다. 청키면가의 가장 대표적인 로미엔은 바로 짜장 로미엔. ‘장을 볶는다’는 중국말에서 온 ‘짜장’이란 뜻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짜장면을 떠올리면 오산.

돼지고기에 다양한 소스를 사용하여 매콤달콤하게 볶아 에그누들에 얹어 먹는 음식으로 마치 우리네 비빔국수와 같은 느낌을 준다. 돼지고기 외에도 스지와 늑간살을 이용해 장조림처럼 조려낸 소고기 짜장 로미엔도 많은 손님들이 찾는 인기메뉴. 로미엔은 뜨거운 상태로 즐기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에그누들의 식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키면가에서 즐기는 또 다른 별미, 초이삼과 카이란

청키면가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끓는 물에 데쳐 굴소스를 끼얹어 내는 초이삼과 카이란이다. 초이삼은 배추보다 비타민A가 12배, 비타민C는 2배, 철분은 5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고, 카이란은 변비 및 빈혈에 효과가 있으며 꽃·줄기·잎을 모두 먹을 수 있다. 유채나물과 브로콜리가 한데 섞인 듯한 식감으로 그 맛이 일품이지만 항상 맛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방계 채소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워낙 소량 생산에 일정 수량만큼만 공급받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주말이나 늦은 시간의 경우 재료가 모두 떨어져 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한편 이태원에 위치한 ‘청키면가’는 홍콩 본점의 한국 분점으로 지난 2011년 홍대에서 문을 연 이후 지난 9월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다. 가격은 새우완탕면 대 8천500원, 소 5천500원, 짜장로미엔 8천원, 초이삼 데침과 굴소스 4천원 카이란 데침과 굴소스 4천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