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연구소, 고가 약성분 포함 계란 생산 성공

지난 8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오사카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 간사이 센터가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는 게놈(genome) 편집기술을 이용해 암과 간염 치료 등에 사용되는 고가의 약물 성분을 포함한 계란을 닭이 낳도록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험에 사용된 성분은 면역과 관련된 단백질의 일종인 ‘인터페론 베타’다. 이는 악성 피부암이나 간염 치료제 외에 바이러스 연구용 시약으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인터페론 베타를 생산하는 데에는 대규모 배양시설이 필요하며, 성분 자체의 가격도 마이크로그램(μg)당 3만 ~ 10만엔 수준(한화로 약 30~100만원)의 고가이므로 대량 공급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닭의 정자 토대가 되는 세포에 이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를 게놈 편집으로 도입하고 계란에 이식했다. 태어난 수컷을 여러 암컷과 교배시켜 유전자를 이어받은 병아리를 태어나게 했다. 그 후 게놈편집을 한 유전자를 가진 암컷이 계란을 낳았으며, 난백에 이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3마리의 암컷이 1~2일에 1개씩 계란을 낳고 있으며, 앞으로는 계란 1개에서 수십~100mg의 성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실험은 고가의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 연구 기업이 내년에 식품의 안전성을 고려해 우선 연구용시약의 형태로 기존의 절반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향후 현재 가격의 1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저렴한 약물 개발이 기대되는 연구성과"라며 "앞으로는 계란에 포함돼 있는 성분의 성질을 자세히 조사하고 의약품으로서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 바이오 공장의 닭과 계란

약 성분이 함유된 계란을 낳는 유전자 변형(GM) 닭은 지난 2007년 영국의 복제양 돌리 개발로 유명한 로슬린 연구팀에서 번식을 성공시킨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인슐린 같은 치료 단백질은 예전부터 세균을 이용해 대량 생산해 왔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한 단백질의 경우 세균보다는 고차원의 생명체를 이용해야만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양과 염소, 젖소 등의 젖을 유전자 변형시켜 필요한 치료단백질을 얻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의 성공으로 닭을 통한 필요물질 획득 가능성이 더욱 분명해졌고, 앞으로 닭과 계란은‘세포공장’(Biofactory)으로서 활발히 연구될 것이다. 특히 닭은 다른 동물에 비해 생애 주기가 짧기 때문에 제약하기 쉽다고 한다. 유전자 변형된 수탉 한 마리면 유전자 변형 암탉 수백 마리를 만들 수 있으며, 이때부터는 하루에 한 번씩 계란만 모으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신약 및 치료제 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란계 보전이 최우선이다. 만약 동물복지제도의 도입으로 산란계 사육수가 30% 줄어든다고 가정한다면, 계란의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할 것이고,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분별한 기술발달로 인해 신약과 치료제를 위한 산란계 생산이 부족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계란산업을 잘 보전해야 국가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봄 에그로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