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영양식품인 계란을 이용해 지난 8월부터 3개월 동안 서울, 부산, 대전에서 ‘계란요리대회’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각 지역의 요리 실력자들이 맞붙은 결선 대회장은 자기만의 메뉴를 개발해 공식적으로 인정 받는 자리인 만큼 경쟁의 열기로 뜨거웠다.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진 미션은 ‘계란을 사용한 단체급식 요리’로 다양한 계란요리가 출품됐으며 계란사용량이 많으면서도 단체급식에 적용 가능한 메뉴가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주변에 흔한 식재료인 계란으로 무슨 계란요리대회냐 하겠지만 의외로 계란을 주재료로 한 메뉴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주 옛날부터 닭을 키우고 계란을 먹어왔지만 사실 계란은 1900년대 중반까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기 때문에 해방 이후에야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후라이, 계란장조림 정도로만 활용돼 왔다.

특히나 급식메뉴로는 계란찜, 계란탕 정도 외에는 대중화된 요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계란후라이의 경우,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요리임에도 단체급식의 현장 여건이 좋지 않아 배식 메뉴에 넣기가 쉽지 않다.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단체급식의 규모는 천 3백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이 하루 한 끼 이상 매일 단체급식을 이용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이용자는 초/중/고 학생으로 7백만 명이 넘는다. 2위는 산업체근로자로 3백 4십만 명 가량 되며 그 뒤를 이어 보육시설, 군대,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병원, 교정시설이 차지하고 있다. 영유아기에 보육시설을 이용하게 되면 노인이 되어 병원신세를 질 때까지 하루 한 끼 이상은 단체급식을 먹게 된다. 개인 평생건강의 1/3을 단체급식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단체급식 중에서도 보육시설, 유치원, 초/중/고 학교급식은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고른 영양소를 반드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침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고 저녁은 학원에 가느라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김밥으로 때워야 한다면 학교에서의 점심은 국내 청소년을 키우는 하나의 밥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체급식은 영양과 위생, 기호를 모두 챙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단체급식은 그 역사가 길지 않아 부족함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학교급식 역사는 20여 년 정도로 그 역사가 매우 짧아 그 전에 지어진 학교들의 급식조리실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급식 메뉴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의 경우 8살부터 많게는 65세의 선생님이 함께 급식을 하다 보니 메뉴를 선정하는 영양사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열악한 급식조리실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조리하려면 가공식품과 글로벌 음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계란을 이용한 메뉴는 급격한 신체적 성장과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 학생들의 고른 영양소 공급을 위해 학교급식에 적절하다. 품질과 위생 요소도 충족하고 있어 학교급식에서 꾸준히 선호하고 있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계란요리는 다양한 입맛을 아우를 수 있는 아주 좋은 메뉴로 단체급식용 계란 레시피가 적극적으로 개발된다면 대한민국 1천 3백만 명 국민의 영양소 공급과 입맛을 모두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계란을 이용한 급식메뉴가 적극적으로 개발돼 학교급식에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급식조리실 환경 개선 및 조리 도구 마련은 필수다. 지난 계란요리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계란빵을 학교급식에 활용한다고 생각해보자. 빵을 굽기 위해서는 오븐이 필요한데 급식조리실에 오븐을 갖추고 있는 학교는 손에 꼽는다. 조리도구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란빵을 조리하려면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알루미늄 호일틀이나 종이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계란을 조리하기 위해 계란을 깰 때도 마찬가지다. 계란을 깰 때마다 생성되는 계란 껍질 등은 계란 조리 시에 불편함을 야기한다.

영양과 입맛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계란 메뉴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그 전에 단체급식 메뉴로서 손색없는 계란이 급식에 널리 활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메뉴를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학교를 비롯한 급식조리실에 도구 및 설비 마련 또한 선행돼야 할 것이다.